오도가도 못하고 주저앉아서
레아가 지금이야 산책도 잘하고 짖는 일도 거의 없는 착한 개지만, 입양 후 첫 한 달간은 산책나가면 이런 망나니견이 따로 없었다. 흥분하고, 놀라고, 짖고. 어릴 적부터 보호소에서만 많은 시간을 보내온지라 도시의 소음이나 모든 것들이 너무 낯설어서 그런 것 같았다. 레아가 6개월령 정도에 입양됐으니 그 이전엔 제대로 된 산책을 하지 못해서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만 2살까지는 질풍노도 개춘기도 오고 하니까 복합적으로, 초보 개아범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산책은 편하거나 쉬워질 기미가 잘 안 보였다. 레아를 데려오기 전에 강형욱 훈련사가 나오는 유튜브를 그렇게나 많이 봤는데 이론과 실제는 또 다른 내용이었다.
나는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일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레아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내 행동거지만 조심하면 되니까. 그런데, 레아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이 더해지니 문제가 생겼다. 레아의 모든 행동들이 내가 남들에게 피해줄 수 있는 일이 됐다. 위 사진을 찍은 날은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레아랑 저녁 산책을 나갔는데 왜인지 레아가 다른 개들을 보고 엄청 흥분했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가는 길에 어린이들한테도 짖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공원 구석에서 레아를 다리 사이에 넣고 앉았다. 어디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공원에 갇혀버렸다. 12시 정도되면 사람들이 다 집에 가고 공원이 한산해지려나 생각했다.
어디 도움을 청하거나 할 곳이 없어서 보호소 운영하시는 분께도 전화를 했다. 해결책을 바랐다기보다는 당황하고 놀란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입양 신청 시의 각오가 떠올랐다. 이 정도로 어쩌지 싶은 마음으로 어떻게 든든한 레아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레아의 흥분이 잦아들고 집에 돌아갔다.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 훈련을 찾아보던게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