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고 운명도 모르는 채 자고 있는 중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날이었다. 보호소에서 지어준 펩시라는 이름 대신 ‘레아’라는 새 이름을 지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과거의 삶 대신 새로운 견생을 살게 되니 새로운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레오’라는 이름을 형이 추천해줬는데, 암컷이라서 ‘레아’가 됐다.
“앞으로 너의 이름은 ‘레아’다!”
레아를 데리러 가는 길. 배변 패드, 개껌, 장난감, 간식, 밥그릇 등을 사들고 갔다. 하네스랑 목줄, 빗은 당근으로 샀고, 사료는 레아가 보호소에서 먹던게 있어서 보호소를 통해 사기로 했다. 2020년 4월 30일, 5월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휴가도 며칠 써서 꽤 긴 기간동안 레아와의 삶을 적응할 시간을 갖기로 계획해뒀다. 이동하는 내내 첫 만남에서의 모습이 계속 생각나서 서둘렀다.
보호소에 도착하니 레아는 목욕을 마치고 곤히 자고 있었다. 방문객이 왔는데도 일어나지 않는게 꽤 피곤해보였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날이라 보호소에 온 봉사자분들이 레아를 깔끔하게 목욕시켜주셨다고 했다. 계속 자길래 품에 안고 차를 태워왔다. 오는 내내 레아는 잠만 잤다. 앞으로 우리가 걸을 험난한 앞길도 모른 채.
집에 도착한 레아는 어리둥절했다. 항상 여러 마리의 개들과 지내다가 다른 개들이 없는 사람 집에 와서 그랬지 싶다. 좀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는데 금방 괜찮아졌다. 점점 개를 키우는 보호자가 됐다는 실감이 났다. 레아랑 둘이 있기 시작하면서 말을 많이 걸었다.
“한 가족이 된 걸 환영해. 우리 잘 살아보자."
"큰 집은 아니지만 편히 잘 지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