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7개월 정도의 레아. 공원에서.

레아를 입양하면서 스스로 했던 다짐이 하나 있었다. 하루에 꼭 세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책을 해주겠노라고. 입양 절차를 밟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조그마한 원룸에서 너를 키우게 됐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산책 하나는 남부럽지 않게 해줄게” 하고.

처음 1년 간은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틈만 나면 나갔다. 하루 4번 나가는 날도 많고, 많으면 5-6번도 나갔다. 당시에는 올림픽공원 가까운 오피스텔에 살아서 하루에 몇 시간씩을 공원에서 보냈다. 공원에 갇혀버린 날 이후로 산책 교육을 더욱 열심히 했다. 레아는 당시 산책하면서 줄도 엄청 끌었는데, 산책 전에 체력을 빼고 나간다고 오피스텔 계단을 1층부터 꼭대기까지 왕복하고 나가기도 했다. 레아는 근육이 늘고, 레아아범은 야위어갔다. 파스스..

산책에서의 흥분도를 낮추려면 집보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좋다고 한다. 훈련 영상들을 보고 따라하며 ‘개가 바깥에서 잠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공놀이도 하고, 자전거를 따라 달리게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한껏 열심히 시간을 보낸 어느 날, ‘한성백제역’ 앞에서 레아가 엎드려서 잠에 들었다. 뿌듯했다.

나는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크게 자랑할 것은 없지만, 하나 꼽자면 초중고 12년 개근을 한 것이다. 개근상을 받은 꾸준함. 산책에 있어서도 성실함을 항상 생각한다. 레아를 데리고 산책하는건 행복한 일이지만 당연히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천사같은 모습으로 자는 레아를 데려오던 날에 한 다짐을 떠올리곤 한다.

레아를 데려다 키운지도 벌써 6년이 됐다. 내가 해외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세 번의 약속을 못 지킨 적이 없다 — 부모님께서는 하루 2번 산책을 해주신다. 태풍이 오고 폭설이 와도, 술을 마시고 오더라도 한 번도 빼먹은 적 없다. 발에 금이 가고, 코로나 백신을 맞고 몸살이 나더라도.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적당히 하루 한 두 번 정도만 해도 되지 않냐고. 보통 웃으며 넘긴다.

산책을 하다가 레아랑 눈을 맞추면 레아가 행복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레아는 자기가 얼마나 좋은 주인을 만났는지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그런걸 바라고 데려온 것은 아니니깐. 그런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힘이 닿는데까지 그리고 레아와 함께 하는 동안, 산책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