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오브 비엔나를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며

그저 철없던 시절의 여행에 대한 향수일까요.
동영상도 없이 사진 몇 장으로만 되돌아 볼 수 있는,
오래 전의 여행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십여년 전, 불알 친구와 첫 유럽 여행을 갔습니다.
해외에서 폰으로 인터넷을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던 시절,
국제전화 카드 하나만 가지고 유럽 땅을 밟았습니다.
그 것으로 며칠에 한 번 집에다 안부 전하는게 전부라서
폰은 쓸 일도 없었어요. 사진은 디카로 찍었죠.
여행 도중에도 폰을 달고 다니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죠.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립 오브 비엔나를 가보겠다고
동네 이름과 종이 지도만 보면서 두 시간을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서로 이 길이 맞는 것 같다고 하다가 기분도 상했던 것 같은데,
겨우겨우 찾아가서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지금처럼 구글 지도를 쓰기 좋지도 못 했고,
모든 것이 지금보다 편하지 않았었는데,
왜 그 때의 여행이 특히나 예쁜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10년 전 남미 여행을 떠날 때,
다시 그런 경험을 하려고 쿠바에 가보려고 했습니다.
인터넷도 제대로 안 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두꺼운 론리플래닛 책 한 권만 가져가려 했습니다.
멕시코에서 너무 오래 있는 바람에
쿠바는 결국 못 가고 ‘언젠가 가볼 곳’ 목록에 남았습니다.

나중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여행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좋을지도 의문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이 더 값진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