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하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체크인하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다음 주에 제대로 된 호캉스를 가기로 해서 갑자기 내 첫 호캉스가 생각났다. “제대로 된”이라는 말을 쓴 건 나의 첫 경험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는 말이다. 주변에 보면 하도 호캉스, 호캉스 해가지고 뭐가 좋을지 잘 공감이 안 돼서 나도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018년 개천절 연휴의 세부 스쿠버다이빙 투어였다. 정확히는 레이테(Leyte)라는 작은 섬으로 가는 투어. 친구 잃고 온 첫 세부 여행 이후 스쿠버다이빙에 빠져 몇 달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에 나는 동행 일행들보다 이틀 먼저 세부에 도착했다. 개천절 연휴 항공권을 늦게 사려니 비싸서, 평일 비행기를 타고 며칠 빨리 간 김에 겸사겸사 호캉스까지 하려는 계획이었다.

이전까지의 내 여행 스타일은 숙박에는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 주로 잠만 자는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 저 당시엔 나름 호캉스라고 일박에 거의 10만원하는 호텔을 예약했다. 새로 오픈한 호텔이라 좀 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부행 비행기는 보통 현지에 새벽 1시 정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첫 밤은 거의 1박에 2만원하는 싸구려 호텔에서 자고 다음 날 숙소 옮긴 것.

호캉스에 즐길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호텔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일단 호텔방을 벗어나면 할 게 없었다. 이전까지 룸서비스는 시켜본 적이 없어서 아예 생각도 안 했었고. 호텔 수영장은 실내였는데 가보니 물도 차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해서 별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이름있는 유명한 곳을 갔어야 됐던 것 같다. 호텔 룸도 크지 않아서 답답했다.

전반적으로 첫 호캉스는 심심하고 외로웠다. 이틀 뒤에 스쿠버다이빙 일행들이 온다고 생각하니 그들이 빨리 왔으면 싶었다. 그랩(Grab) 택시를 타고 ‘산 페드로 요새’ 관광도 갔다가, 일행들이랑 먹을 과자랑 과일도 샀다가, 쇼핑몰 가서 혼자 시식(Sisig)이랑 오징어 구이도 먹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밤이 되니 몰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잔뜩 있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시간은 지나가고 이틀 뒤 새벽에 일행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다들 비행하고 피곤한 상태였는데 나는 호텔에서 실컷 자다가 와서 쌩쌩하고 혼자 신나있었다. 그 뒤로 호캉스는 한 번도 안 했다. 다음 주 호캉스는 나 혼자가 아니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