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끝날 무렵의 기념품 가게

룩셈부르크, 벨기에를 거쳐 슬로바키아에 도착했다. 헝가리도 들렀다가 슬로바키아를 거쳐 폴란드까지 쭉 올라가는 연말의 여정이었다. 룩셈부르크보다는 좀 더 활기가 있는 도시긴 했지만 여행자들이 그렇게 많은 느낌은 못 받았다. 슬로바키아는 숙박은 없이 하루 들렀다가 가는 일정이라 혼자 도시를 둘러봤다. 슬로바키아 친구인 마테에게 듣기론 슬로바키아는 숲과 자연이 특히 예쁘다고 하던데 일정상 도시 근교를 가진 못했다.

벨기에에서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았던 터라, 다시 나홀로 여행을 하며 텐션이 꽤 떨어져 있었다. 얼굴에 생긴 수포들은 계속 약을 발라줬다. 아픈 건 없었지만 왼쪽 얼굴에 슬슬 딱지가 잡혀가서 보기에 안 좋았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 오른쪽 얼굴이 주로 나오게 고개를 살짝 돌려가며 명소에서 몇 장 찍긴 했다. 그래도 그냥 핀란드로 돌아갈까 생각은 안 들었다. 어차피 크리스마스와 신년 행사가 끝나야 교환학생 친구들이 돌아오기 때문에 딱히 돌아가봐야 재밌을 것도 없었다.

서울과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첫 유럽 여행 때도 그랬지만 나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친구랑 같이 다니는 것이 더 재밌긴 했지만. 그때는 친구와 3주를 함께 여행하다가 중간에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갔다. 그때도 이 때도 외롭다는 감정을 가진 적은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자꾸 새로운 곳으로 나를 이끌었을까.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이었으려나. 또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곳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보려는 마음이었을지도.

짧은 겨울 해가 저물고 야간 열차를 탔다. 나는 이동할 때 신나는 남자답게 야간 열차가 좋았다. 숙박비를 절약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긴 했지만 기차 여행의 낭만도 느끼고. 열차를 타고 폴란드 카토비체(Katowice)를 지나 크라쿠프(Kraków)로 향했다. 그나저나 일정을 생각해보면 체력이 참 좋았구나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