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파리’의 음식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뭐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바게뜨를 꼽을 것이다.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나 거위 간 푸아그라 등도 생각이 나지만 최고는 바게뜨이다. 괜히 유명 빵집 이름이 ‘파리바게뜨’라 지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바게뜨를 먹거나 사며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 비싼 음식을 먹을 때만 카메라를 들었던 모습을 반성 좀 해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게뜨만큼 고마운 음식도 없었다.

파리 거리의 모노프리 마트 입구와 꽃 진열대 Charles Michels 역 부근의 Monoprix 마켓

여행 가이드책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오직 바게뜨 하나로 명성을 떨치는 가게들이 있다. 매년 바게뜨 대회를 열어서 우승한 쉐프는 1년간 대통령이 머무는 엘리제 궁에 바게뜨를 공급할 수 있다. 우승한 쉐프가 있는 블랑쥬리(브랑제리, 혹은 빵집)을 방문해서 바게뜨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하는 동선 중간에 끼워서 말이다.

위 사진은 내가 바게뜨를 많이 사먹은 곳 중 하나인 monoprix (모노프리) 마켓이다. 파리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고가고 하며 한 번 쯤 봤을 법한 대형 슈퍼 같은 건데 여행자로서 이런 곳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바게뜨도 열 가지가 넘는 종류가 있는데 꽤나 많이 먹어본 것 같다. 그냥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바게뜨부터 검은 깨(?)가 뿌려진 것도 있고 이것 저것 많이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나는 모노프리에서 빵을 고르는데, 마침 현지에 사시는 한국 분이 도와주셔서 바게뜨를 추천받아서 살 수 있었다. 추천 받은 것 중 하나가 검은깨가 있는 바게뜨였다.

나란히 놓인 바게뜨 세 개와 잘린 단면 많이도 먹었던 바게트

현지의 바게뜨는 뭔가가 다른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샀는데 첫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느꼈던 그 딱딱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먹다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속은 촉촉하며 부드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맛을 느끼면 파리 여행 내내 바게뜨와 붙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끼 바게뜨만 먹고 살 수는 없지만 바게뜨 샌드위치나 그냥 바게뜨로 끼니를 해결한 적도 많은 것 같다. 마켓에서 통조림을 사서 바게뜨와 같이 먹어도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먹을 수가 있다.

숙소 식탁에서 먹다 남은 배달 피자 두 판 돈이 정말 빠듯하게 여행했다

바게뜨가 좀 질린다 싶은 날에 오븐에 구워 먹었던 모노프리표 냉동 피자. 바게뜨와 더불어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에 젓가락도 나오고 난리났다. 몇 번이고 적지만, 대형 마켓은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스테이크와 감자 그라탕, 샐러드 맨날 피자만 먹을 수는 없기에

물론, 파리에는 훌륭한 레스토랑(몇 개 가보지는 못했지만..)도 많다. 윗 사진은 그 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갔던 세라팡(Seraphin)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양고기 앙뜨레이다. 미디움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익혀져서 나왔다. 인터넷 후기들에서는 맛집이라고 나와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유리병에 담긴 전채와 구운 토스트 두 조각 푸아그라와 딸기쨈(?)

전채요리로 도전해 봤던 푸아그라.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다가 종업원에게 물어봤더니 위의 지방을 걷어내고 빵에 발라 먹는 거라던데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그 때의 느끼함이 아직도 생각나는 듯 하다. 비싼 값을 생각해서 거의 다 먹긴 했지만, 다시 내 돈을 내고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

포장 상자에 담긴 색색의 마카롱 열두 개 가난한 자의 보급형 마카롱 from 모노프리

이 사진은 전문 빵집에서는 비싼 가격에 못 샀던 마카롱을 모노프리에서 샀던 것이다. 너무 달다… 다음 번엔 제대로 된 마카롱 한 번 사먹어 봐야겠다. 바게뜨 예찬론으로 포스팅이 길어져서 초콜렛은 파리의 기념품 편에서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