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 여행을 위해 정리해둔 A4 문서 첫 유럽 여행을 위해 정리해둔 A4 문서

FOMO. 최근 많이 알려진 단어다. 어려운 말로는 ‘기획 상실 우려’라고 한다. 유행이든 무엇이든 뭔가를 놓칠까봐 스트레스 받는 상태. 주식 시장에서도 나만 못 먹는 거 아닌가 할 때도 쓴다. 나는 여행에도 FOMO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 다 하는대로 못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불안함을 느끼는 FOMO가 이끄는 여행. ‘어디어디에 갔을 때 놓치면 안 되는’이나,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 관광지들.

내 첫 유럽 여행이 특히나 FOMO에 이끌린 여행이었다. 어디 하나 빼먹으면 안 될 것 같고, ‘거기까지 갔는데’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진도 잔뜩 찍고 싶었고. 단 한 달간의 여행 일정에 나라를 많이도 집어넣었다. 영국부터 시작해서 이탈리아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독일까지 올라가는 여정. 친구 따라 간 여행이라 독일에서 워크캠프에 참가할 친구 일정도 고려를 했다. 엄청난 계획형 J의 여행 일정. 거의 첫 날 숙소만 잡고 무계획으로 떠나는 요즘의 여행과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었다.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 친구와 나는 하이드파크 근처의 호스텔에 묵었다. 혼성 도미토리. 방으로 들어가니 여자애 둘이 있었다. 어느 나라 애들이었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한국에 관심이 좀 있는지 대화를 몇 마디 했다. 그간 전혀 쓸 일 없었던 짧은 영어는 불편했고, 우리는 첫 날부터 타워브릿지 관광 일정이 있었기에 대화를 마치고 서둘러 나왔다. 시간이 좀 지나서야 우리는 그 때 그 애들이랑 놀자고 해볼걸 하고 후회했다. 결과야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지만 너무 정해진 일정에 꽂혀있던 그 때였다.

이곳저곳을 찍고 다니는 패키지 스타일 여행이 좋은 점도 물론 있다. 내가 보고 싶던 여러 곳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렇지만 돌아보면 선택과 집중을 했다면 더 깊게 남는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움이 든다. 여행을 통해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일 터. 나중에 남미여행을 갔을 때 멕시코에서만 두 달을 머무른 것은 그 때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FOMO 여행 대신, JOMO 여행을 하자. Joy Of Missing Out. 남들 다 보는 관광지 꼭 가볼 필요는 없다. 여유있게 즐기는 슬로우 트래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