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석상 앞에서
무려 13년 전, 박물관과 성당 투어하며 느낀 점과 비슷한 생각을 해서 적는다. 머리 크고 첫 해외 여행으로 유럽을 갔을 때, 나는 항상 저렴한 똑딱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녔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는데 최근 그때의 사진들을 마주칠 때마다 조금씩 지우며 정리하고 있다. 박물관에서의 작품들과 성당의 조각상들은 크게 관심도 없는 것들인데 왜 그렇게 사진을 많이도 찍었는지. 휴지통으로 가는 사진이 생각보다 많다.
굳이 지울 필요까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예전 추억들을 떠올릴 때 그 사진들은 이제 내게 노이즈가 된다. 구글포토로 이전 사진들을 찾아볼 때 스크롤 길이만 늘리는 그것들은 더 이상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여행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것들이 뭔가를 상기시켜 줄 때가 있었다. 큰 줄기에 붙은 곁가지들처럼, 당시의 내 경험이나 감정의 세세한 요소들을. 그런데 10년도 넘게 지나버리니 대부분의 사진들은 인물 사진을 제외하곤 왜 찍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게 돼 버렸다.
가족 모임을 하거나 하면 어른들이 꼭 사진 또 사진 강조를 하시는데 그 마음이 이제 이해가 된다. 음식 사진이나 멋진 풍경도 그날의 기록이 되긴 하지만 인물 사진만큼 오랜 시간 남아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남는 건 인물 사진이다. 시간이 증명했고 나도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사람들과 사진 많이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