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어린 레아
공원에 갇혀버린 날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레아는 다른 개들을 보고 나서도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 내가 머리 숙여가며 다른 개들이랑 인사하는 법을 배우게 해서였을까 아니면 적당히 익숙해진 것이었을까. 예상보다 빨리 좋아져서 놀랬다. 강형욱의 ‘보듬’ 교육을 찾아보던 건 금방 까맣게 잊어버렸다. 배달 기사가 집 대문을 두드려도, 손님이 벨을 눌러도 레아는 짖지 않았다. 둔감화 훈련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신경써서 한 적은 없었다. 대신에 속으로 삭히는 작은 헛짖음을 했다. 욱욱 거리는 딸꾹질 정도의 소리였다.
레아를 입양한 지 몇 달 뒤쯤, 부모님 댁에 레아와 인사를 갔다. 엄마와 아빠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엄마가 생각하는 개의 이미지는 툭하면 짖고, 바닥에 오줌이나 싸는 그런 존재였나 싶었다. 짖지 않는 모습을 특히나 신기해하셨다. 그래서 얘가 성대 수술 같은 거 받은 거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레아가 기특하긴 했는데 정말인지 짖는 소리를 못 들은 지가 꽤 된 듯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걸까.
짖는 것 때문에 문제가 안 된 건 좋았다. 입양 신청 시 짖음 관련해서 질문을 받을 만큼 민감한 문제니까. 하지만, 내심 외출해서는 레아 목소리가 듣고 싶은 때도 있었다. 내 질문에 ‘멍!’ 하고 답했으면 싶었다. 아니면 짖으라는 명령을 들으면 짖는다거나. 아주 놀랐을 때는 ‘워워워! ‘하면서 높은 톤으로 짖긴 했다. 자기 목소리에도 놀라는 느낌.
그렇게 몇 달간 짖는 소리를 거의 들은 적이 없었는데 하루는 레아가 새벽에 엄청 짖은 날이 있었다. 같이 침대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었는데 레아가 갑자기 일어나서 대문 쪽으로 짖으면서 뭔가를 쫓아가는 모습이었다. 당시 살던 집이 좀 낡았어서 나는 잠결에 웬 쥐가 들어온 줄 알았다. 자다가 놀래서 온몸에 소름까지 돋았다. 잠시 뒤 정신이 들었따. 쥐가 들락날락할 만큼 공간이 있진 않아서 그냥 레아의 고약한 잠꼬대였겠거니 했다. 그 때의 일은 아직도 미스테리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레아도 나이를 먹었다. 지금 레아는 어릴 적보다는 많이 목소리를 낸다. 레아를 몇 번 겁준 몇몇의 개들을 보면 겁먹었던 때의 분함이 생각나는지 뒷모습을 보고 짖는다. 새를 쫓아가며 뛸 때도 짖는다. 공놀이 하다가도 너무 신나면 한 번씩 ‘멍!’ 짖는다. 레아 목소리 듣는 날이 흔치는 않아서 가끔 들을 때면 반가운 마음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