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 미끄럼틀을 타는 레아

나는 항상 대형견을 키우고 싶었다. 사람처럼 안을 수도 있고, 나란히 앉았을 때 사람이랑 앉은 키가 비슷한 사이즈의 견공. 문제는 내가 원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30kg가 넘는 개를 키우는 건 좀 무리일 것 같다는 것. 그래서 포인핸드를 통해 수많은 유기견들을 볼 때 그보다는 좀 작은 개들을 찾았다. 아니면 적당히 크게 자랄 강아지들. 레아의 입양 공고에는 성견이 되면 15kg 정도 될 것 같다고 적혀있어서 그 정도라면 좋겠다 싶었다. 현재는 16-17kg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딱 좋다.

크기 말고도 한 가지 바람이 있었는데 그건 성격이었다. 나만 바라보는 충성심과 용맹함. 평생 한 주인만을 바라보는 진돗개나 주인을 따라서는 불구덩이에도 뛰어든다는 로트와일러같은 성격. 다양한 견종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개들의 성격도 사람의 것처럼 양면이 존재한다는 걸 배운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주인만에게 목숨을 바치는 개들을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거나 그런 얘기였다.

뀨? 뀨?

입양을 고민하며 셸티(셔틀랜드 쉽독)를 후보에 올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셸티는 성격이 보통 좀 소심한 편(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처럼)이라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일단 셸티는 보호소에 있는 경우도 나는 못 봤다. 개들을 입양하기 전, 그들에 대한 간단한 성격들도 다른 정보와 함께 공고에 적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걸로 성격을 알 수는 없다. 성견으로 자라봐야 알 수 있는 점도 있고. 레아는 장난과 애교많은 강아지라는 설명이 있었다. 겁많은 강아지일 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레아를 데려왔고, 우리는 한 가족이 됐다.

사람일이라는게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아서 재밌다. 셸티 거르고 레아. 레아는 겁이 많은 멍멍이로 성장했다. 굴러가는 비닐 봉지를 무서워하고, 다른 개들에 대한 경계도 꽤 있는 편이다. 집에서 찬 물병을 냉장고 밖에 꺼내두면 기압 변화로 물병이 ‘탁’하고 소리가 나는데 그 것도 무서워한다. 산책길에 없었던 큰 물체가 있으면 긴장하기도 하고, 나열하기엔 너무 많다. 내가 그렇게 키웠나 생각도 해봤는데 아무래도 태어나길 그런 천성을 가진 채로 세상에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레아 담을 키워주려고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유격훈련도 했는데 성과는 없었다.

레아를 용감하게 바꾸고 싶은 생각이나 하는 마음은 없다. 그런 모습들이 모여 레아가 되는 것이니까. 혹시나 어떤 위협이 닥쳤을 때 지금처럼 제 몸 하나 챙기기 위해 사리고 하면 좋겠다. 나는 레아 보호자로서 내 역할을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