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의 산책

나쁜 날씨란 없다, 나쁜 옷만 있을 뿐이다.
(Es gibt kein schlechtes Wetter, es gibt nur schlechte Kleidung)

독일에는 위와 같은 격언이 있다. 독일인들의 실용적 사고를 나타내는 이 말은 반려인들의 마음에 새겨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날씨 탓, 날씨 핑계보다는 그에 맞는 준비와 마음가짐을 갖추는 주체적인 태도!

사실 폭염이나 혹한은 산책하기 나쁜 날씨는 맞긴 하다. 제목을 극단적으로 적어봤다. 실외배변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날씨를 나쁘다고 여겨봤자 도움되는 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산책하기에 나쁜 날씨란 없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근데 또, 극한의 날씨의 장점이 아예 없진 않은 것이, 지랄견들이 길에 한 마리도 없어서 좋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산책을 하루 한 번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이 궂은 날씨에 산책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의 산책을 좋아한다. ‘진짜’들만 가려지는 시간.

며칠 전, 한낮의 기온이 39도에 육박하던 폭염이 마침내 끝이 났다. 레아에게 쿨조끼를 입히고 그 속에 얼음주머니를 넣고 양산까지 쓰고 겨우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곤 했다. 점심엔 너무 뜨거워서 산책을 못 하고 6시 즈음 돼서야 이후 두 번의 산책을 했다. 레아를 키우면서 그렇게 심한 폭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힘든 기간이었다. 힘든 며칠을 무사히 넘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불과 몇 달만 지나면 이 여름날을 그리워하게 될 것을 나는 안다. 레아와 보내는 소중한 날들을 좋은 기억으로 채워나갈 생각을 하며 산책에 대한 나의 다짐을 다시 떠올려본다.